3개월 할부, 그리고 일명 '일타쌍피'

함께하는 시민행동 기획실 장상미 입니다. 시민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후원금을 내어주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가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때로 주변 분들께 우리 활동을 후원해달라는 말씀을 드리면 '어휴 그런 건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 거 아닌가?'라며 겁부터 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티비나 신문에서 돈 많은 (서구^^) 기업가들이 화려한 행사장에서 멋들어진 포즈로 기부금을 전달하는 장면을 본 적은 있어도 주변에서 차 한 잔, 식사 한 끼 정도의 돈을 시민단체에 후원금이라고 내는 걸 본 적은 잘 없기 때문이 아닐런지요.

하지만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대부분의 기금을 만들어내는 분들은 바로 이렇게 차 한 잔, 식사 한 끼 정도의 돈일지라도 마음을 담아 보내주시는 분들입니다. 매년 열리는 창립기념 후원행사 때에도 만원, 이만원, 오만원... 크든 적든 후원금을 보내주시고, 얼굴 한 번 보겠다고 행사장에 걸음 해주시는 분들이 백 명 이백 명을 넘어서곤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 후원해주신 분들이 다음 번에도 더 즐겁게 후원하시고, 한 번 만나본 분들이 계속해서 만남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십니다.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 선뜻 내어놓는 큰 돈에 결코 지지 않을 만큼 정성과 마음이 담겨 있는 이런 후원자 여러분의 명단을 볼 때마다 왠지 콧등이 시큰해지곤 하네요.

그런 시민행동 후원자들께 이번 공연은 아무래도 만만치 않은 일이긴 한가 봅니다. 신나게 공연도 보고 후원도 할 수 있는 건 좋지만 말씀은 안 하셔도 단가(!)가 높아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듯 했어요. 마음 같아서는 좋은 분들께 마음껏 초대권을 드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상근활동가들도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물론, 이번 콘서트 이후 그런 분들을 위한 다른 후원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그런데 어느날, 온라인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하신 분의 기록이 눈에 띄었습니다. 결제액 20만원, 할부 3개월. ㅠㅠ 카드 할부결제를 해서라도 후원을 해 주시려는 그 마음이 짠하고 고마워서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매월 회비를 내시는 분인데도 다시 시민행동의 새로운 출발을, 시민운동의 한단계 도약을 지지하시면서 앞으로 3개월간 후원금이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시게 될 그 분의 마음은 무슨 빛깔일까 무지 궁금해졌습니다. 할부 3개월이 지날 즈음이면 한번 전화를 드려 살짝 여쭤보아야 할까봐요.

한편, 조금 독특한 방식의 후원을 제안하신 분들도 계시네요. 지난 몇년 간 꾸준히 시민행동에 적지않은 후원금을 보내어주신 후원자 중 두 분, 윤평호 님과 이수원 님이 그 주인공이십니다. 두 분은 이번 시민공간 나루 건립이 단지 시민행동을 포함한 네 단체의 안락한 공간이나 자산을 늘리기 위함이 아니라 지역주민, 시민사회, 아시아와 지구시민사회까지 품는 비전을 갖고 있다는 데에 주목해주셨습니다.

그러니까, 두 분이 내어주신 후원금으로 국내에 시민사회운동을 공부하러 와 있는 아시아 각국 활동가들에게 공연 초대권을 보내주고 싶으시다는 거예요. 2007년부터 성공회대에서 아시아 비정부기구학 석사학위 과정(MAINS)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도 약 열 분의 활동가들이 와서 공부를 하고 계시거든요. 당신들의 후원금으로 바로 그 분들을 공연에 모시고 싶다는군요.

어떤 분의 표현처럼 그야말로 '일타쌍피' 에 딱 들어맞는 상황이랄까요. 한국과 비슷하거나 훨씬 어렵거나 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새로운 비전과 과제를 찾아 한국에 와 있는 활동가들에게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자주 있겠냐며 적지 않은 후원금에다 선뜻 초대권까지 기부해주신 두 분의 마음 씀씀이에는 정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이번 공연에 초대받게 될 아시아 각국 활동가들에게도 그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공감여행 공연 후원하기

시민공간 나루 건립기념 후원 콘서트
YB(윤도현밴드), 마야, 강산에, 김C(뜨거운 감자)와 함께 떠나는 공감여행

2008년 517일(토) 오후 4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평화세상(15만원) 평등세상(10만원) 나눔세상(8만원) 공감세상(5만원)

시민행동은 올해도, 내년에도 아마 계속 여러 가지 방식으로 후원자 여러분을 찾아가게 될 겁니다. 그것이 돈이든 마음이든 행동이든 함께 해 주십사 요청드릴 때 마다 이런 경험과 기회들이 큰 힘이 될 테지요.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재미난 시도로 함께 해 주실 여러분을 언제나 기다리기도 할 거에요. 모든 인연, 고맙고 반갑습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기획실 장상미 드림.

올 초에 드디어 올 게 왔습니다. 기획실, 그리고 살림살이를 책임지라는 인사발표가 있은 후 두어 달 동안 살 조금 빠지고 주근깨 좀 늘고 흰머리 좀 생겼을 뿐 (ㅎㅎ) 일상의 잡다한 일들은 오히려 분량이 줄었습니다. 가만 보니까요, 보통 대장은 심리적 압박감만 팍팍 느끼고 일은 다른 사람들이 하게 되어있나 봐요. 근데 전 아직, 겉은 우아하고 속은 타는 것보다 땀 흘리며 스스로 삽질하는 게 더 좋은데 어떡하지요? ㅠㅠ /기획실 장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