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시민사회가 법적인 부분을 강화해야 더 강한 연대의 힘을 낼 수 있어요.” [씨티&경희 NGO 인턴십 - 이승욱]

2023-03-06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씨티-경희 NGO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사회를 경험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활동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3년은 이승욱, 최서연 님과 함께 7주를 보냈습니다. 두 활동가는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 본 글을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경희-씨티 인턴 17기 이승욱이라고 합니다. 한국외대에서 독일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외교관이 되기 위한 고시 공부를 했었고요. 외국어를 좋아해서 대학 생활하면서 외국인 친구를 많이 만들려고도 했습니다. 

(📌 참고: 인턴 시작 인터뷰)



씨티-경희 NGO 인턴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취업을 위한 활동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요. 주변 친구들은 사기업이나 대기업 쪽으로 많이 준비하더라고요. 그 친구들은 마케팅 공모전이나 관련 동아리를 많이 했는데요. 저는 공익을 위한 활동을 해야겠다 싶어서 봉사 활동도 가고, 사회 이슈를 다루는 토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고요.


군대 갔다 오고 나서는 마음을 다 잡고 고시 공부를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국력이 꽤 강한 편인데도 주변 강대국에 휘둘리는 게 싫어서 외교관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고시 공부를 하다 보니 영점 몇 점으로 한 사람의 1년이 판단 받게 되더라고요. 여기서 문제의식을 느꼈던 거 같아요. 우리 사회가 노력이나 성취, 성과 같은 단어들을 방패 삼아 청년들을 몰아세우는게 느껴졌어요. 한국 청년들이 이런 삶을 살고 있구나 싶었죠. 그래서 잠시 고시를 접고 복학해서 내가 가진 문제의식을 펼치는 활동을 해보자 했어요. 그러던 차에 경희-씨티 인턴십 홍보 포스터를 보게 된 거죠. 수업 들으려고 강의실로 올라가는데 학교 게시판에 경희-씨티 NGO 인턴 포스터가 딱 붙어있는 걸 보고서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 싶었죠.



‘이 단체에서 경희-씨티 NGO 인턴 활동을 해야겠다’ 싶은 곳이 있었나요?

경희-씨티 NGO 인턴 모집 포스터 아래를 보니까 어느 단체에서 근무할지는 지정할 수 없는 거더라고요. 일단 합격하면 인턴들이 지원서에 쓴 우선순위를 반영해서 각 단체에 보내주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어디를 가도 상관은 없겠다 싶었어요. ‘인권을 탄압하자’ 이런 NGO는 없을 테니까요(웃음). 뭐든 다 좋았죠. 



▲ 이승욱 인턴 활동가 Ⓒ본인 제공


경희-씨티 NGO 인턴을 마친 소감은 어떠세요?

일단은 많이 아쉽죠. 들어올 때부터 7주는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배우고 가는 것 같아서 좋아요. 


내일이면 경희대 사무국에 인턴 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결과서를 쓰다 보니 서연 님과 제가 했던 활동 내용이 엄청 나더라고요. 다른 단체 인턴 분들은 인턴 기간 동안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다고 아쉽다 하던데, 저희는 결과물이 많아서 우수 사례도 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희-씨티 NGO 인턴을 시작하기 전에는, 뭐랄까 시민사회를 추상적으로 생각했어요. ‘NGO는 유니세프나 월드 비전 같은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했어요. 언론에 자주 비춰지는 곳 위주로요. 그냥 막연히 좋은 곳이겠구나 했어요.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는 모르고요. 


제가 경희-씨티 NGO 17기 인턴이니까 이 프로그램이 17년 동안 있었던 거잖아요?  그런데 시민단체에 대해 관심은 있었음에도, 대학 생활 하는 동안 경희-씨티 NGO 인턴 프로그램을 몰랐다는 자체가 좀 부끄럽더라고요. 이번에 경희-씨티 인턴 하고 나서 서울 시내에 정말 수많은 시민단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당장 우리가 있는 시민공간 '나루'만 해도 많은 단체가 있잖아요.



인턴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뭘까요?  

지난 1월 5일에 신년 시민단체 신년하례회에 갔었어요. 그게 되게 인상 깊었는데요.거기에서 방문자들이 방명록을 작성하도록 도왔는데요. 이재명 당 대표도 왔었고, 당 직원들도 오고 그러셨는데, 당에 대해 특별한 인상이 남았던 건 아니고요. 하례회에 이태원 유가족분들도 오셨는데, 제가 방명록 작성을 도와드리다 보니 이태원 유가족분들을 이렇게 바로 앞에서 뵈었단 말이에요. 유가족분들 연령대가 딱 제 부모님 연령대이고, 희생자도 제 연령대더라고요. 뭔가 좀 울컥했어요. 우리 가족 생각도 나고요. 사실 제 주변 지인들 중에 이태원 참사로 희생당한 애들은 없어요. 물론 저도 희생자가 아니고요.


사람들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내 일이 아니니까 크게 상관없어’ 이렇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어요. 근데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왜냐면 사람들이 여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 일에 관심을 주지 않는 사람들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뒤집어 생각해보니 제가 이 사람들한테 관심과 공감을 보내주지 않으면, 나한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에도 사회가 나한테 관심과 공감을 안 보내도 상관 없는 거잖아요. 할 말 없잖아요. 저는 고립이 되는 거죠. 이때 타인에 대한 관심과 공감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인턴 활동으로 지자체의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관련된 조사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어떻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조사했어요. 인턴으로 와서 활동 방향성을 정할 때 공교롭게도 서연 님이랑 관심있는 부분이 지속가능발전목표로 겹쳤었어요. 이때 서연 님하고 지속가능발전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많이 나눴고요. 둘이 합의한 건, 전국 240여 개 지자체에 대해 조사는 같이 하되, 조사보고서는 각자 나눠서 쓰자 였어요. 그래서 서연 님은 지방 의정에 대해서 보고서를 쓰고, 저는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대해 쓰게 된 거죠.

(📌 참고: 보고서 확인하기)


▲ 이승욱 인턴 활동가의 보고서 브리핑 모습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는 2015년에 생겼는데, UN의 지표는 아무래도 전 지구적인 지표여서 지자체 같은 작은 단위에서 그대로 적용해서 실천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지자체는 UN의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 원칙에 입각해서 이제 막 맞춤 지표를 개발하려는 단계예요. 물론 이전에 ‘지방의제21’도 있었고, 민간 차원에서 지속가능발전 관련 활동들이 굉장히 활발하게 추진된 지자체들도 있었습니다만, 여건 상 조사 보고서에 모두 담지는 못 했어요.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이 22년 7월부터 시행됐고, 2022년 12월을 전후로 기본 조례를 제정하는 곳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기본법이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지역 차원에서는 조례라는 제도적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지표 설정하고, 계획 세우고, 보고서 작성같은 실무 과정들이 이루어지니까요.


▲ 이승욱 인턴 활동가가 조사한 현황 정리 


구체적인 실행 측면에서 아직은 초기 단계인데 서울의 성동구나 강북구, 은평구, 서대문구는 기본법 시행 이전부터잘 해왔더라고요. 광주광역시나 수원시의 경우, 민관 협력 차원에서는 활발한 편이에요. 그런데 민간과의 협력이 아닌 행정만 두고 봤을 때 거의 모든 지자체가 사실상 ESG 실행 측면에서 초기 단계이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전남, 경남같이 조례 제정도 안된 곳이 많고요. 해당 지역의 관련 부서에 전화했을 때 이렇게 얘기한 곳도 있어요. '저희가 이제 뭐 중앙정부 차원에서 내려온 게 없어서 아직까지 좀 단계가 좀 미온적입니다. ' 사실 기본법이라는 것만으로도 제도적인 근거는 충분하거든요. 



인턴 활동하면서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우선 앞서 말씀드린 문제의식은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많이 정리한 것 같아요.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문제해결력’이라고 해야 되나, 이게 많이 커졌어요. 토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토론 능력이나 협상력을 많이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업무 분장이나 조사를 하면서 민주적으로 의사소통하고 절충하는 과정을 많이 경험했어요. 


가령 처음 와서 인턴 활동 분야를 정할 때도 ‘이 부분은 제가 할테니까 서연님 그냥 의정 감시하세요.’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게 아니라,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서연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처럼 서로의 의견을 맞춰 가는 거죠. 김민철 국장님께서 첫 주에 인턴 교육해주실 때 ‘건강한 시민사회 토론이 이런거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던 게 이런 건가 싶었어요.


그리고 간결하게 말 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지금도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지만은 7주 전보다 간결하게 말하고 있는 거거든요. 토론 동아리 활동을 하고 외무고시도 준비했었다 보니까 아무래도 어려운 이슈를 많이 접하잖아요. 어려운 이슈를 다루는 글이나 자료를 보면 어려운 단어나 문장이 자주 나오거든요. 그래서 제 언어 습관도 그렇게 된 것 같고요. 보고서 쓰면서 문장을 50자 이내로 쓰는 연습도 하고, 법률 용어를 최대한 배제하면서 글 쓰기 연습도 했었어요.



경희-씨티 NGO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시민사회에 대해 많은 알아가신 것 같아요.

한 가지 안타까운 부분이 있는데요. 우리사회 언론이 NGO를, 전체 시민단체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각이 긍정적이지는 않은 거 같아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거나 관계가 있는 게 아니면 당연히 편견 섞인 시각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직설적인 표현이지만 '쟤네는 시위를 좋아한다, 북한을 좋아한다.' 그런거요.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시민사회가 이런 현실을 마주하고 해결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경희-씨티 NGO 인턴십을 해보고 나서야 시민단체들이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 뭘 추구하는 지 알게 됐어요. 인턴 3주째였나 김민철 국장님하고 커피 한 잔 하면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사실 저도 시민단체에 대해 편견이 있었잖아요. 시민단체 하면 시위만 하는 사람들처럼 생각되고요. 국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시민단체에게도 시위는 정말 마지막 수단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태원 유가족 분들을 예로 들면,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유가족들을 찾아가서 바로 광화문으로 시위를 나가는 게 아니라, 그 전에 유가족이나 관련인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나 관계 기관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들이 있고, 그게 안되면 최후의 수단으로 시위에 나간다라는 건데요. 


근데 언론에는 경찰과 충돌하는 것만 나오니까 당연히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쟤네 또 이상한 짓 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반 시민들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유가족과 함께 행정과 논의하는 과정은 보지 못 하고, 언론을 통해 바로 시위에 나온 모습만 보게 되니까요. 저는 함께하는시민행동에서 인턴하면서 논의를 하는 방법이나 시위에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조금 배웠던 것 같아요. 


▲전장연 지하철 시위 모습 ⒸNews1


앞으로 시민사회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앞으로 시민단체나 시민사회가 본인들의 영역에서 치밀하게 법적인 분석을 해야 한다고 봐요. 전장연 시위를 예로 들면,  우리 헌법은 제37조에서 핵심영역보장설이라고 해서 기본권을 본질적인 기본권과 비본질적인 기본권으로 나누고 있는데요. 비본질적인 기본권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제한할 수도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전장연 집회를 두고 법에서 비본질적인 이유라고 해석해버리면, 서울시나 교통공사에서 시위하는 역에 정차하지 않고 무정차 통과시키는 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죠. 우리가 대항해야 하는 정부나 행정 같은 상대는 너무 강하잖아요. 바위같이 단단한 사람들일 거거든요. 말하더라도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고요. 저는 이 사람들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기제가 법이라고 보고, 이걸 어떻게 우리 쪽에 유리하게 해석하냐인 것 같아요.


약자에 대한 공감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공감에만 열중해서 연대, 결의, 성명 같은 것 위주로 흘러가게 되면 상대 앞에서 무력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서울시와 싸울 때 저희가 ‘체계가 이러이러한데, 이런 문제가 있고, 관련된 조문은 이거고, 이걸 사안에 적용했을 때 이러합니다. 그래서 이건 당신들 잘못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주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렇게 해도 저희 요청을 곧이곧대로 안 들어줄 확률이 크죠. 연대가 정말 중요하지만은 우리 연대를 통한 목소리를 낼 때 그 안에 조금 더 법적인 측면을 집어넣으면 좋을 것 같아요. 


▲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이승욱 인턴 활동가의 모습 Ⓒ본인 제공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라는 이름처럼, 모두 행동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동이라는 게 거창한 것뿐만 아니라, 저는 운영위원회 회의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것인 것들도 다 행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은 달라도 결국엔 도착점은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인터뷰 진행일: 2023년 2월 15일

인터뷰이: 씨티-경희 NGO 인턴 이승욱

인터뷰어: 활동가 박배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