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살 권리'보장을 위한 헌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및 개헌안 제출

2018-03-08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같이 하고 있는 '생명안전 시민넷'에서는 3월 8일 오전 11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앞에서 새롭게 개헌될 헌법에 국민안전권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해당 위원회에 '국민안전권' 헌법 개정안을 제출하였습니다.

제출된 헌법개정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생명안전 시민넷의 ‘국민안전권’ 방향 

 ① 구조 받을 권리 명시

사고 발생 시 최선의 구조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물리적 재난구조 시스템을 갖추어야 함

 ② 피해자의 권리보장에 대한 의무 명시

피해자는 사고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 제공, 인도적 처우와 필요한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피해자 관점 중심으로 재난구조 수습 체계가 바뀌어야 함

 ③ 위험정보 요구권 반영

국민은 사고시 또는 사고 우려시 그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함. 알권리 보장

 ④ 안전조치 요구권 반영

국민은 사고시 또는 사고 우려시 그에 대한 예방 및 조치를 요구할 수 있음

 ⑤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반영

한국 산재사망률 OECD 1위, 유럽연합(EU)의 5배 (EU 2017년 5월1일 발표, 2014년 기준). 일터에서의 사고가 전체 인명 사상 사고에서 큰 비중 차지함. 매일 최소 248명이 일터에서 다치고 5명이 사망(2016년 산업재해자 90,656명, 사망자 1,777명, 고용노동부 통계. 산재 처리되지 않는 사고 미포함). 일터 사고의 감소를 위해 현장과 제도상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 위험정보 및 안전 조치 요구권에 반영함

 

■ ‘국민안전권’ 조문안

 제13조 

① 모든 사람은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가진다.

② 모든 사람은 재난이나 사고와 관련하여 필요한 구조 및 인도적 처우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③ 모든 사람은 위험에 대하여 국가 또는 기업 등 위험을 야기한 자에게 예방 및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④ 국가는 재해 및 모든 형태의 폭력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여야 한다.



참고로 생명안전시민넷의 공동대표를 맡고 계시는 세월호 피해자인 재욱이 엄마 홍영미 님의 글을 함께 올립니다. 이번 헌법개정에 국민안전권이 왜 포함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기자회견장에서 밝히신 내용인대요.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저는 세월호 침몰로 별이 된 재욱이의 엄마 홍영미입니다.
국가가 구조해 주지 않아 희생된, 재욱이의 엄마 홍영미입니다.
4년 가까운 시간 때론 울부짖고 때론 머리카락을 밀고 때론 곡기까지 끊어가며 한 발 한 발 걸어왔습니다. 다른 그 무엇보다. 앞으론 내 아이와 같은 희생이 없어야 된다는 생각, 그러기 위해선 생명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세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다른 그 무엇보다,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묻고 싶어졌습니다. 국가는 왜, 있는 걸까요? 무얼 하라고 만들어서 지키고 있는 걸까요? 이걸 보여주는 게 헌법이라 생각합니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이고 국민의 생명과 존엄의 권리, 기본권 보장에 대한 기본적 원칙을 규정한 근본법이기 때문입니다.

헌법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되 역사 속에서 바뀌어 온 것이기도 합니다. 초대 대통령에 한해서는 계속 해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사오입 개헌을 한 이승만.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고 유신헌법을 통해 계속 해먹겠다던 박정희나 그 판박이 전두환. 이 독재자들이 건드린 헌법을 다시 바로 세우고 발전시킨 것은 60년 4.19혁명과 87년 6.10민주항쟁이었고 바로, 우리들이었습니다.

촛불시민항쟁으로 들어선 정부. 우리의 개헌은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구조 받을 권리, 피해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개헌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은 국민이 죽어나가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여자의 사생활이라 무얼 했는지 밝힐 수 없다고 아직까지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청해진 본사는 움직이지 말라는 지시로 승객들의 발목을 붙잡았고, 해경은 출동하려는 모든 구조 세력을 거부했으며, 구조하러 처음 도착한 123정은 선원들만 제일 먼저 구출하곤 청와대 보고영상만 찍어 올리기 바빴습니다.
전원구조 오보의 언론은 피해자를 모독하고 모욕하는 진원지였습니다.

살 수 있었던 목숨들이 국가가 의무를 게을리 하는 사이 죽어가야 했습니다. 그것을 지켜본 국민 모두가, 그 배에 타고 있었다면 여지없이 죽임을 당해야 했던 우리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이제라도 우리의 박탈당한 권리가 제대로 지켜져야 합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국가는 그 존재의 이유를 상실한 것입니다.
구조 받을 권리, 진실을 알 권리, 치유와 회복을 위한 권리가 제대로 지켜져야 합니다.
세월호는 침몰했지만 진실만은 침몰하지 않기를 바라며 걸어온 길이었습니다. 동화책의 세상은 권선징악의 교훈이 실현되는 결말이었는데 왜 현실은 그러하지 않은가 고민이 크기도 했습니다. 착한 사람은 절로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절로 벌을 받는 게 아니라는 것이 현실의 교훈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하는 것이 살아남은 우리들의 몫이라는 생각입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해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국민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므로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한 헌법재판소 김이수재판관의 보충의견이 상식인 세상으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이런 상식의 세상, 권선징악을 이루는 세상을 위해 앞으로도 실천해 갈 것입니다. 꽃처럼 스러져간 재욱이의 엄마를 넘어 대한민국 아이들의 생명을 보듬는 엄마로 살아가겠습니다.

 
* 2018년 3월 8일(목) 오전11시, '안전하게 살 권리 보장'을 위한 '국민안전권' 헌법 반영 촉구 기자회견 및 헌법 개정안 전달식에서 재욱이 엄마의 발언 전문입니다.